상속 관계에 있는 2명 이상의 사람이 연이어 사망했을 때, 사망한 순서와 시기에 따라 상속의 형태와 처리 절차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특히 연속적으로 상속이 발생하여 가장 혼동하기 쉬운 법률 개념이 바로 재전상속(再轉相續)과 대습상속(代襲相續)입니다. 자칫 잘못 대응하면 의도치 않게 채무를 떠안을 수 있는 만큼, 재전상속과 대습상속에 대해 정리해 드립니다
1. 재전상속이란?(상속인이 승인·포기 전 사망한 경우)
재전상속이란, 제1의 상속인이 상속에 대한 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않고 죽었을 경우, 제2의 상속인에게 상속되는 일을 말하며, 2차상속의 법정상속인이 재전상속인으로서 1차상속과 2차 상속을 선택적으로 승인·포기할 권리를 취득하게 됩니다.
- 예시: 할아버지, 아버지, 자녀(손자)가 있는 가정에서 2월 1일에 할아버지가 사망했습니다. 법정 상속인인 아버지는 3개월 내에 상속 승인이나 포기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4월 1일에 사망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 결과: 이 경우 2차 상속의 상속인인 자녀(손자)가 재전상속인으로서 1차 상속과 2차 상속 각각에 대해 승인(단순승인·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즉, 1차 상속의 피상속인(할아버지)은 채무초과상태이지만 2차 상속의 피상속인(아버지)에게 재산이 있는 경우, 재전상속인은 1차 상속은 포기하고, 2차 상속을 승인하여 아버지의 재산을 상속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1019조 제1항에서 정한 상속의 승인이나 포기는 일신전속권이기는 하나 재산상의 것으로서 당연히 상속의 대상이 된다 (헌법재판소 2011. 8. 30. 선고 2009헌가10 결정)
상속인이 위 3개월의 기간 중 상속의 승인 또는 포기를 하지 않은 채 사망하면 그 상속인의 상속인이 그 상속의 승인 또는 포기를 할 권한을 상속하게 되므로, 상속인의 상속인은 자기 고유의 권리로서 자신의 피상속인으로부터의 상속을 승인 또는 포기할 수 있음과 동시에, 상속 받은 권리에 따라 자신의 피상속인의 피상속인으로부터의 상속을 승인 또는 포기할 수 있다.(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5. 9. 18. 선고 2024가단119017 판결 등)
1) 재전상속의 3개월 고려기간(숙려기간) 기산법
민법 제1019조에 따라 상속인은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승인이나 상속포기를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위 사례에서 자녀(손자)의 3개월은 언제부터 계산할까요?
- 기산점 기준: 재전상속인은 “자신을 위한 2차 상속이 개시되었음을 안 날(아버지의 사망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1차 상속과 2차 상속에 대한 승인·포기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 자녀가 할아버지(1차)의 사망 사실을 예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할아버지 상속에 대한 승인·포기 기간은 ‘아버지의 사망 사실을 안 날’부터 새로 3개월을 기산하여 상속인을 두텁게 보호합니다.
2) 재전상속인의 상속포기·승인 선택권 (가능한 조합)
다만, 상속권의 승계 구조상 논리적으로 선택 불가능한 조합이 존재하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 선택 가능한 조합 (허용)
1차 상속 포기 + 2차 상속 승인: 할아버지의 채무가 많다면 할아버지 상속은 포기하되, 재산이 있는 아버지의 상속만 승인할 수 있습니다.
1차 상속 포기 + 2차 상속 포기: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상속재산보다 채무가 많다면 둘 다 포기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 상속을 먼저 포기하면 할아버지 상속도 당연히 포기하게 됩니다)
1차 상속 승인 + 2차 상속 승인: 양쪽 모두 빚보다 재산이 많아 정상적으로 승계하는 방식입니다.
❌ 선택할 수 없는 조합 (불가능)
1차 상속 승인 + 2차 상속 포기: 할아버지 재산은 받고 아버지 재산은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재전상속인은 아버지로부터 할아버지 상속에 대한 선택권을 상속 받아 행사사는 것입니다. 따라서 아버지의 상속을 포기하면서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1차 상속 승인권을 행사하는 것은 모순이 되기 때문입니다.
| 1차 상속 (할아버지) |
2차 상속 (아버지) |
가능 여부 | 설명 및 사유 |
|---|---|---|---|
| 포기 | 승인 | ⭕ 가능 | 아버지의 재산만 상속받고, 할아버지의 상속은 포기하는 경우 |
| 포기 | 포기 | ⭕ 가능 | 양쪽 모두 포기하는 경우 |
| 승인 | 승인 | ⭕ 가능 | 양쪽 상속재산과 채무를 모두 정상적으로 승계하는 경우 |
| 승인 | 포기 | ❌ 불가능 | 할아버지 재산은 받고 아버지 재산은 포기할 수 없음 |
2. 대습상속이란? (상속인이 피상속인보다 먼저 사망한 경우)
대습상속이란 상속인이 될 사람이 상속개시 전에 사망·상속결격·상속권 상실 선고를 받은 경우에, 그 상속인이 될 사람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이 대신 상속을 받는 제도입니다.(민법 제1001조)
- 발생 예시: 할아버지 X, 할머니 A, 아들 B, 딸 C가 있고, 딸 C에게는 남편 D와 자녀 E, F가 있습니다. 만약 딸 C가 할아버지 X보다 먼저 사망하고 나서 할아버지 X가 사망한다면?
- 결과: 원래 할아버지 X의 상속인은 할머니 A, 아들 B, 딸 C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딸 C가 먼저 사망했으므로, 딸 C의 상속분을 남편 D와 자녀 E, F가 대신 물려받아 A, B와 함께 공동상속인이 됩니다. (이때 딸 C를 ‘피대습자’, 남편 D와 자녀 E, F를 ‘대습자’ 또는 대습상속인이라고 부릅니다.)

1) 대습상속의 요건
대습상속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대습자(먼저 사망하여 상속인이 되지 못한 사람)와 대습자(대신 상속받는 사람, 대습상속인) 각각 일정한 법적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 피대습자(위 사례의 경우 딸 C)의 요건:
- 피상속인(할아버지)의 직계비속 또는 형제자매이어야 합니다.
- 상속개시 전 사망하거나, 상속결격 사유(고의 살해 등), 상속권 상실 선고를 받았어야 합니다. (⚠️주의: ‘상속포기’는 대습상속의 원인이 되지 않습니다.)
- 대습자(위 사례의 경우 남편 D, 자녀 E, F)의 요건:
- 피대습자의 직계비속이나 배우자이어야 합니다.
배우자는 대습상속인이 될 수는 있지만, 피대습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대법원 1999. 7. 9. 선고 98다64318 판결 등) - 피상속인(할아버지)에 대해 별도의 상속결격 사유가 없어야 합니다.
- 피대습자의 직계비속이나 배우자이어야 합니다.
2) 대습상속 효과
대습상속인은 피대습자(상속인이 되지 못한 사람)에 갈음하여 그 사람의 상속분을 상속받습니다. 대습상속인이 여러 사람이라면 법정상속분에 따라 나누게 됩니다.(민법 제1010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