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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구상권 행사: 교통사고 등 불법행위 합의 후 문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구상권은 교통사고나 폭행 등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는 합의를 한 후 건강보험공단이 가해자에게 공단보험금 부분을 청구하는 것입니다. 일반 보험과 다른 건강보험의 특성상 합의를 하고 합의금까지 지급했지만 가해자가 구상권 청구를 당하거나, 피해자가 부당이득을 반환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1. 손해배상 합의의 효력

불법행위로인한 손해를 배상하면서 ‘추후 민, 형사상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식의 합의서를 작성하면 민법상 화해계약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민법 제732조) 여기에 제소전 화해와 같은 집행력을 부여하려면 따로 공증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합의는 당사자 사이에만 효력이 있으며, 합의와 무관하게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구상권이 발생하고 상황에 따라 피해자에게 부당이득환수를 할 수도 있습니다.

2. 국민건강보험공단 요양급여의 성격 및 구상권

1)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의 성격: 현물급여

국민건강보험법의 요양급여는 일반적인 보험처럼 가입자에게 치료비로 쓰라고 ‘보험금’을 주는게 아닙니다. 치료나 수술을 받게 해주는 그 자체가 요양급여이며 이를 ‘현물급여’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요양기관(병원)을 통해 가입자에게 ‘치료를 해주고’ 나서 가입자가 아닌 요양기관에 대해 요양급여비용(공단부담금)을 부담할 뿐이며, 일부 비용은 가입자에게 부담시킵니다.(본인부담금)

그리고 피해자가 제3자의 불법행위 등으로 요양급여를 받게된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구상권은 그 보험급여에 들어간 비용 한도에서 발생합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구상권) ① 공단은 제3자의 행위로 보험급여사유가 생겨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경우에는 그 급여에 들어간 비용 한도에서 그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얻는다.
② 제1항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이 제3자로부터 이미 손해배상을 받은 경우에는 공단은 그 배상액 한도에서 보험급여를 하지 아니한다.

2)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구상권 취득시기: 피해자가 치료를 받았을 때

당사자 사이의 합의와 관련해서 건강보험공단의 구상권이 생기는 시기가 중요합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요양급여는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치료를 받게 해주는’ 현물급여입니다. 따라서 피보험자가 요양기관에서 치료를 받았을 때 현실적으로 보험급여가 이루어지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그 보험급여(공단부담금)의 한도 내에서 제3자에 대한 구상권을 취득합니다( 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46046 판결, 대법원 2005. 1. 14. 선고 2004다59249 판결,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10다7294 판결 등 참조)

일반적 보험의 경우 보험금을 지급했을 때 구상권을 취득하는 것과 다르기 때문에 보험자대위, 구상권 행사의 법률관계에서 큰 차이가 생깁니다.

3.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구상권 행사 및 합의서 작성 시 주의할 점

1) 피해자가 치료를 받은 후 합의를 한 경우: 가해자에 대한 구상권 행사

대부분의 경우 피해자는 부상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고 합의는 그 후에 이루어집니다. 이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합의는 구상권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건강보험공단은 피해자가 치료를 받은 때 이미 구상권을 취득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공단은 합의와 무관하게 가해자에게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구상금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지급한 합의금이나 치료비 명목으로 준 돈이 공제되지 않으며, 가해자는 공단이 구상금(공단부담금)을 청구하면 전액 지급해야 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구상권 행사 공문 이미지

그리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구상권 행사 후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합의금에서 구상금을 반환하라고 청구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화해에는 창설적 효력이 있으며 착오로 인한 취소는 제한되기 때문입니다.(민법 제733조)
다만 100% 가해자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인정하고 합의했는데, 나중에 피해자의 과실이 밝혀진 경우 예외적으로 취소가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대법원 1992. 7. 14. 선고 91다47082 판결, 단 이는 오직 피해자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여겨 손해배상을 포기하는 합의를 했다가 취소한 사건이며, 논리적으로는 피해자를 가해자로 바꾸어도 같은 결론이 나올 수는 있지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을 피하려면 합의서에 ‘합의금 지급 후 그 지급한 날까지 공단부담금에 관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구상권 행사로 가해자가 구상금을 지급한 경우, 피해자는 해당 금액을 가해자에게 반환한다’는 조항을 넣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불법행위로 피해를 입혀 합의를 시도하는 상황에서 이런 문구를 추가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상황을 잘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2) 합의 후 피해자가 치료를 받은 경우: 피해자에 대한 부당이득환수

 피해자가 합의를 한 후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 가해자는 건강보험공단의 구상권 청구에 응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건강보험공단은 피해자로부터 공단부담금을 부당이득으로 환수하게 됩니다.

피해자가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가해자로부터 치료비(본인부담금 및 공단부담금)와 기타 손해배상금을 충분히 받고 합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미리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가해자의 불법행위로 치료를 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통보해야 합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구상권) ② 제1항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이 제3자로부터 이미 손해배상을 받은 경우에는 공단은 그 배상액 한도에서 보험급여를 하지 아니한다.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제28조(제3자의 행위로 인한 급여 통보) 법 제58조에 따라 가입자(지역가입자의 경우에는 세대주를 포함한다)는 자신이나 피부양자에 대한 보험급여 사유가 제3자의 행위로 인한 것인 경우에는 별지 제25호서식의 제3자의 행위로 인한 급여 통보서를 지체 없이 공단에 제출하여야 한다.

합의를 했다면 후유증이 발생한 경우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나요?

합의 당시에 예상하지 못했던 후유증이 발생한 경우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1989. 7. 25. 선고 89다카968 판결 등) 이 경우 후유증 치료 후 합의를 하는 경우, 합의 후 치료를 하는 경우 생기는 건강보험공단의 구상권 문제는 본문에 나온 최초의 합의와 다르지 않습니다.

건강보험 요양급여를 받은 후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다면 손해액은 어떻게 계산하나요?

예전 대법원 판례는 ‘과실상계 후 공제’를 해야 한다고 했지만, ‘공제 후 과실상계’를 하는 것으로 판례가 변경되었습니다.(대법원 2021. 3. 18. 선고 2018다287935 전원합의체 판결)
이 대법원 판례에 따라 전체 치료비가 3,700만 원이고, 피해자의 과실이 20%이며, 공단부담금이 2,200만 원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치료비 손해배상액은 합계 3,700만 원에서 먼저 공단부담금 2,200만 원을 공제한 다음, 그 나머지 1,500만 원에서 20% 과실상계를 한 1,200만 원이 됩니다. 물론 여기에 일실수입이나 정신적 손해배상금이 추가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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