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가압류로 인해 손해를 입은 채무자는 채권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부당한 가압류(가처분도 같습니다)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요건 및 배상범위에 대해 핵심 내용을 설명해드립니다.
목차
1. 부당한 가압류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어떤 경우 배상받을 수 있나?
가압류는 권리관계를 확보하기 위한 임시적 조치입니다. 따라서 채권자가 그 권리를 확인 받고 실현하려면 채무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이 소송을 ‘본안소송’이라고 부릅니다.
만약 본안소송에서 채권자가 패소한다면 채무자는 가압류를 취소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제 채권자와 채무자 관계가 아니라는 점이 밝혀졌지만, 편의상 채권자와 채무자라 부르겠습니다)
- 본안소송 확정: 채권자의 패소판결이 확정되어야 합니다. 채권자가 일부 승소한 경우에도 가압류 신청에서 지나치게 과다한 가액을 주장하여 가압류 결정을 받았다면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대법원 2023. 6. 1. 선고 2020다242935 판결)
- 고의, 과실의 추정: 원고가 피고의 고의 과실을 입증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런데 부당한 가압류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는 가압류 채권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추정됩니다. 따라서 채무자가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됩니다.
2. 손해배상의 범위: 얼마나 배상 받을 수 있나?
채무자는 부당한 가압류로 인해 무슨 손해를 얼마나 입었는지 주장, 입증해야 합니다.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문제에서 채권자의 고의, 과실이 추정되는 것과는 구별해야 합니다.
(1) 통상손해와 특별손해
부당한 가압류와 채무자의 손해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인과관계를 자연적, 과학적으로 따지면 배상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질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민법은 인과관계를 제한하여(상당인과관계) 손해배상은 통상의 손해를 한도로 하고,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 한하여 배상 책임이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민법 제393조, 제763조)
- 통상손해: 돈이 묶이면 최소한 그 돈의 이자 만큼은 손해가 생긴다는 점은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회통념상 해당 상황에서 경험칙상 발생할 것으로 생각되는 범위의 손해를 통상손해라고 합니다.
- 특별손해: 당사자들의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발생한 손해입니다. 채권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만 배상이 가능합니다. 손해의 액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런 개념은 추상적이기 때문에 바로 와닿지 않지만, 이해하기 쉽도록 몇 가지 구체적 예시를 들어 보겠습니다.
(2) 금전채권 가압류의 경우
예를 들어 가압류 채권자 A가 채무자 B의 제3채무자 C에 대한 채권을 가압류한 경우, C는 B에게 변제해서는 안되지만 변제기가 되면 지연이자는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이때 C는 공탁을 해서 이런 상황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B는 본안소송에서 승소하고 나서 가압류를 취소하고 C로부터 변제를 받거나 공탁금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 통상손해: B는 가압류 때문에 돈을 제때 지급 받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으며 가압류된 금액의 법정 이자(연 5%) 상당액이 통상손해로 인정됩니다. C가 공탁을 했다면 공탁금에 약간의 이자가 붙으므로 그 이자는 뺀 금액이 통상손해가 됩니다.
- 특별손해: B가 제때 C로부터 돈을 지급받아 그 돈을 활용해서 얻을 수 있었던 금융상의 이익은 특별손해가 됩니다.
민사상의 금전채권에 있어서 부당한 보전처분으로 인하여 그 채권금을 제때에 지급받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통상의 손해액은 그 채권금에 대한 민법 소정의 연 5푼의 비율에 의한 지연이자 상당액이라 할 것이고, 이 채권이 공탁되었다면 그 공탁금에 딸린 이자와의 차액 상당액이 손해액이 된다.
설사 부당한 보전처분으로 인해 채무자가 실제로 부당하게 가압류된 금원을 활용하여 얻을 수 있었던 금융상의 이익이나 강제집행정지의 담보제공을 위하여 공탁한 금원을 조달하기 위한 금융상의 이자 상당액에 해당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특별손해로서 보전처분 채권자 또는 가집행 채권자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그에 대한 배상책임이 있다.
(대법원 1999. 9. 3. 선고 98다3757 판결)
(3) 부동산 가압류의 경우
채권자 A가 채무자 B의 아파트를 가압류한 경우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 가압류 자체로 인한 손해: 부동산에 가압류된 사실 자체만으로는 손해를 입은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압류의 효력**은 상대적이므로 아파트에 부당한 가압류가 되어도, 채무자가 그 아파트에서 사는 데에는 지장이 없고, 다른 사람에게 매도하는 데에도 법률적 지장은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파트에 가압류가 되면 채무자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판례는 이런 정신적 고통은 승소의 기쁨으로 치유되며,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정신적 고통은 특별손해라고 보고 있습니다.
부당소송을 당한 상대방이 입게 되는 정신상의 고통은 통상 당해 소송에서 승소하는 것에 의하여 회복되고 승소하여도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은 특별사정으로 인한 손해라고 볼 것이므로, 부당소송으로 인한 위자료청구가 인용되기 위해서는 승소나 재산적 손해의 배상만으로는 회복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인정될 만한 특별사정의 존재와 그러한 특별사정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전제되어야 한다.(대법원 1994. 9. 9. 선고 93다50116 판결, 가압류의 경우도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음. 대구지법 2015. 8. 20. 선고 2015나3707 판결 등)
- 매매 또는 임대차 계약이 무산된 경우: 아무리 가압류에 상대적 효력이 있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가압류된 아파트는 매도하거나 임대하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때문에 가압류 때문에 부동산을 처분하지 못했다는 점을 채무자가 입증하면 가압류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됩니다.(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5다34919 판결)
이런 경우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가압류 때문에 계약이 무산될 위기”라는 점을 내용증명 등으로 미리 통지해두면 좋습니다.
(3) 해방공탁을 한 경우
**가압류에 대한 채무자의 대응** 으로 해방공탁을 하고 가압류 집행을 해제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경우 집행은 해제되었지만 본안소송에서 승소한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 통상손해: 해방공탁금에 대한 연 5%의 법정이자가 통상손해로 인정됩니다.
- 특별손해: 해방공탁금을 낼 돈이 없어서 높은 이자로 돈을 빌려 공탁했다면 그 이자는 특별손해이며, 채권자가 그 사정을 알 수 있었을 때만 배상 범위에 포함 됩니다.
3.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채권자가 부당한 가압류를 하게 된 것이 권리관계가 복잡하거나 채권액을 쉽게 알 수 없었기 때문이라면 배상액이 깎일 수도 있습니다.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에 손해부담의 공평을 기하기 위하여 가해자의 책임을 제한할 수 있으므로, 보전처분과 본안소송에서 판단이 달라진 경위와 대상, 해당 판단 요소들의 사실적·법률적 성격, 판단의 난이도, 당사자의 인식과 검토 여부 등 관여 정도를 비롯한 여러 사정에 비추어 채권자에게 가압류 집행으로 인하여 채무자가 입은 손해의 전부를 배상하게 하는 것이 공평의 이념에 반하는 것으로 평가된다면 채권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 (대법원 2023. 6. 1. 선고 2020다242935 판결)
4. 손해해상판결을 받은 채무자의 강제집행 방법: 담보권 행사
가압류 결정 전 법원은 채권자에게 채무자가 입을 수 있는 손해에 대한 담보를 제공하도록 합니다. .(가압류 가처분 담보제공 및 회수방법) 그리고 손해배상소송을 하여 승소판결을 받은 채무자는 이 담보로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습니다.
- 담보권 행사: 채무자는 채권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했으므로 채권자가 제공한 담보에 대해 담보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공탁된 현금을 가져가거나 보증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됩니다.
- 우선변제권: 채무자는 질권자로서 권리를 가집니다. 따라서 일반채권자들보다 우선변제를 받으므로 **추심명령과 전부명령의 차이**를 고려하여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차려진 밥상을 먹지 못하는 이유
상대방의 고의나 과실이 추정되고 담보까지 준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당한 가압류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하는 채무자는 흔하지는 않습니다. 이미 본안소송을 하느라 금전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또 소송을 하려니 몸서리가 쳐지고, 연 5% 상당의 금액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커질 것 같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법무사를 통하면 권리를 포기하지 않고도 이런 절차를 경제적으로 진행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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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안소송에서 승소한 채무자입니다. 얼마 후 법원에서 ‘권리행사 최고서’라는게 왔는데 무슨 서류인가요?
채권자가 가압류를 할 때 현금공탁을 했다면 본안소송에서 패소하고 나서 법원에 ‘권리행사최고 및 담보취소신청’을 해야 이를 회수할 수 있습니다. 최고서는 법원에서 ‘채권자한테 권리행사(손해배상청구소송)하실 건가요? 아무 말씀 없으시면 담보 돌려주겠습니다’라는 의미로 보낸 서류입니다.
따라서 채무자는 최고기간 내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법원에 통지해야 합니다. 만약 손해배상청구를 하지 않기로 했다면 아무 대응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