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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견제도의 종류와 개시요건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치매는 가장 두려운 질병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또한 각종 질병이나 사고로 의식불명상태가 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 때  재산의 관리가 큰 문제 중 하나입니다. 생활비나 병원비를 조달하기 위한 목적이라도 대리권이 없는 가족들이 본인의 재산을 처분하거나 예금을 인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1. 성년후견제도

의사능력 없는 자의 법률행위는 무효입니다. 의사능력이란 자기 행위의 결과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정신적 지능을 말합니다. 일반적 기준이 없는 추상적 개념이므로, 어떤 법률행위를 하느냐에 따라 개별적으로 따져봐야 합니다.(대법원 2002. 10. 11. 2001다10113 판결) 의식불명이라면 의사능력이 없다고 쉽게 판단할 수 있겠지만,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면 의사능력이 있는지 그 법률행위가 무효인지 따지기 어렵거니와, 일이 벌어질 때마다 매번 소송을 통해 그 법률행위를 할 의사능력이 있었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또한 의사능력이 있어도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민법은 획일적 기준으로 제한능력자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나이를 기준으로 미성년자는 원칙적으로 법정대리인인 친권자의 동의를 받아 법률행위를 하고, ‘사무처리 능력’을 기준으로 이것이 없거나 부족한 사람은 법원의 선고로 행위능력을 제한하고 후견인의 도움을 받도록 하여 매번 의사능력을 따지지 않아도 되게 한 것입니다.

2. ‘사무처리 능력’의 판단

  • 정신적 제약으로 인해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해야 하며, 육체적 제약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 단순히 지능(IQ)에 따라 판단되지 않으며, 일상생활능력을 평가하는 검사(K-IADL) 등 의학적 판단을 고려하게 됩니다.
  • 필요한 경우 법원 가사조사관이 본인의 의사, 실제 생활 등을 조사합니다.

3. 후견 유형 4가지

성년자에 대한 후견제도는 정신적 제약이 발생한 후 심판을 청구하는 유형, 본인이 미리 후견인이 될 자를 지정해 후견계약을 체결하는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임의 후견제도: 계약으로 미리 준비하는 후견

  • 대상: 지금은 건강하지만, 나중을 대비해 내가 원하는 사람을 미리 후견인으로 지정하고 싶은 경우.(민법 제959조의14)
  • 특징: ‘후견계약’을 맺는 일종의 보험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절차: 정신적 능력이 온전한 상태에서 공증 사무실에서 후견계약 공정증서 작성 → ‘후견등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등기 → 나중에 정신적 제약이 발생하면 법원에 임의후견감독인 선임 청구후견 시작. 임의후견인은 후견계약에서 정한 사무를 수행하고 임의후견감독인은 후견인을 감독하며 정기적으로 가정법원에 보고합니다.

      후견계약의 체결이나 그 내용 모두 본인이 결정한 것이지만, 실제 후견이 필요한 시점에는 이미 본인의 정신적 능력이 부족해진 상황이므로 후견인에게 ‘이제부터 후견 시작하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법원이 후견계약의 효력발생 여부를 결정하고 임의후견인의 권한남용도 방지하기 위해 임의후견감독인 선임절차를 거치게 한 구조입니다.
      이때 법원은 후견계약의 내용이 현재 본인의 상황과 맞지 않거나 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성년후견, 한정후견 심판을 할 수도 있습니다(민법 제959조의20 제1항)
    • 장점: 본인이 가장 믿는 사람을 후견인으로 정할 수 있고, 그 위탁 범위도 정할 수 있습니다.

(2) 정신적 제약이 생긴 후 : 성년후견 또는 한정후견

  • 성년후견: 중증 치매, 중증 발달장애 등으로 사무 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되 경우 성년후견을 개시하는 심판이 나오고, 후견인이 선임되어 피후견인의 법정대리인이 됩니다.
    심판을 청구하는 가족들 중 하나가 후견인 후보자로 나설 수 있습니다.

    피성년후견인이 단독으로 재산을 처분하거나 대출을 받는 등 법률행위를 하면 성년후견인이 취소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일용품의 구입 등 일상생활에 필요하고 그 대가가 과도하지 않은 법률행위는 성년후견인이 취소할 수 없고, 가정법원은 취소할 수 없는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의 범위를 정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10조)

  • 한정후견: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경우 한정후견개시 심판이 나오고 후견인이 선임되고, 필요한 경우 가정법원이 대리권을 수여할 수 있습니다.
    피한정후견인은 유효하게 법률행위를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고 예외적으로 가정법원이 피한정후견인의 행위능력을 제한할수 있습니다.(민법 제13조 제1항)

사고로 의식이 없거나 중증의 치매 상태인 경우 성년후견을, 치매 초기인 경우 한정후견을 개시한다고 볼 수 있지만, 당사자나 가족들이 어떤 심판을 청구할지 지나치게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법원은 의사의 감정결과와 본인의 의사 등을 고려해서 성년후견심판을 청구했더라도 한정후견을 선고할 수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대법원 2021. 6. 10.자 2020스596 결정)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후견인, 후견감독인,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이 후견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보통 배우자나 자녀 등이 심판청구를 하게 되며, 심판청구를 하면서 특정한 사람을 후견인으로 선임해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잠정적 1순위 상속인들의 동의서를 첨부해야 합니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점은, 후견인 동의서는 누가 더 본인의 이익을 위해 후견사무를 잘 처리할 수 있는지 가족들에게 묻는 절차이지 다수결로 후견인을 뽑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가족들 사이에 후견인 후보자에 대한 의견이 다른 경우는 대부분 장차 일어날 수 있는 상속분쟁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후견심판청구는 본인을 위한 것이지 상속에서 유리한 지위를 선점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후견인이 되었다고 해서 유리해지는 것도 없습니다. 만약 재산관리를 하다 부정행위를 저지르면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족들 사이에 분쟁이 있으면 가정법원은 법무사 등 전문가를 후견감독인으로 지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3) 특정후견 : 일시적 후견제도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일시적 후원 또는 특정한 사무에 관한 후원이 필요한 경우 특정후견제도가 있지만 거의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4. 사전처분 신청 : 병원비나 생활비가 급히 필요한 경우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 심판청구를 하면서, 급박한 필요가 있다면 사전처분을 신청해서 임시후견인 선임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당장 본인의 병원비와 생활비가 필요해 예금을 인출해야 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관련기사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752213)

의사무능력자의 법률행위는 절대적 무효(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4다51627 판결 등)이며, 사전처분 없이 위임장 등을 만들어도 효력이 없습니다. 금융권에서 예금을 일부 인출해주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도 했지만 이는 위험을 감수한 친절이고, 임시방편에 불과합니다. (관련기사 https://www.yna.co.kr/view/AKR20230418080200002)

결론

현행 민법의 후견제도는 2013년에 전면적으로 개정되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상황이 닥치고 나서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질병이지만 본인과 가족 모두 더 힘든 상황에 처하는 것은 피해야 하며, 의사무능력 상태에서 본인의 재산을 관리 및 처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후견제도입니다. 또한 질병과 사고에 대비해 실비보험을 드는 것처럼 임의후견제도를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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