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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 원상회복의무, 상가와 주택 사례별 정리

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는 간단한 개념처럼 보이지만 임대차와 관련된 분쟁 상당수는 원상회복의무와 관련된 것입니다. 계약을 하면서 상황 맞게 원상회복의 구체적 내용을 정하면 충분히 분쟁을 예방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서를 제대로 적지 않는 문화가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습니다.


1. 임차인 원상회복의무의 발생: 이유를 불문하고 목적물을 반환할 때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임대목적물을 반환하는 때에는 원상회복의무가 있습니다.(민법 제654조, 제615조) 따라서 임대차 기간이 종료한 경우는 물론이고, 임대인의 귀책사유로 임대차 계약이 해제되거나 해지된 경우에도 임차인에게는 원상회복의무가 있으며 이와 별개로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뿐입니다.(대법원 2002. 12. 6. 선고 2002다42278 판결)


2.  임차인 원상회복의무의 내용

원상회복은 말 그대로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며, 훼손된 부분이 있으면 수리하고 변경된 부분이 있으면 철거해야 합니다.

(1) 원상회복의 기준시점

  • 임차인은 자기가 임차 받았을 때의 상태로 목적물을 반환해야 합니다.
  • 그런데  원래부터 훼손된 부분이 있었는지 또는 시설물이 설치되어 있었는지,  ‘원래 상태’가 도대체 어떤 상태였는지가 분명하지 않아서 분쟁이 생깁니다. 이런 다툼을 예방하려면 목적물을 인도할 당시 상태를 사진 등으로 자세히 남겨둘 필요가 있습니다.

(2) 철거의무

  • 임차인이 목적물에 시설물을 설치(부합)한 것이 있다면 철거해야 합니다.
  • 비용상환청구권과의 관계: 만약 주택 임차인이 주방을 수리하는 등 임차객관적 가치를 증가시켰다면 다시 옛날 상태로 복구하거나 철거하는 것은 비합리적입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 임차인에게는 원상회복의무가 없고 오히려 임대인에게 비용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626조)

    그런데 상가 임차인이 주방을 수리한 경우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특정 업종이 지정된 상가가 아니라면, 주방은 상가의 객관적 가치를 증가시킨 것이 아니고 임대인이나 다른 임차인에게 주방은 아무 쓸모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비용상환청구권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대법원 1991. 10. 8. 선고 91다8029 판결 등)

 (3) 수리의무

  • 임차인의 귀책사유로 목적물에 훼손된 부분이 있다면 이를 수리할 의무도 원상회복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 하지만 귀책사유 없이 정상적으로 목적물을 사용한 결과 낡게 된 것은  ‘훼손’이 아니므로 원상회복 범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4) 협력의무

물리적 수리, 철거 이외에도 임대인이 ‘임대 당시의 부동산 용도에 맞게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협력할 의무’도 원상회복의무에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상가라면 새로운 임차인이나 소유자가 영업허가를 받는데 지장이 없도록 폐업신고절차도 이행해야 합니다.(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다34903 판결


2. 상가 임대차의 원상회복의무: 전 임차인이 만든 시설도 철거해야 하는가?

(1) 상가의 원상회복 방법

아파트나 주택과 달리 상가는 아무런 인테리어가 없는 상태에서 분양되고 임차인이 자기 업종에 맞게 벽과 바닥부터 인테리어 공사를 합니다. 그리고 임대차가 끝나면 새로운 임차인이 다른 업종에 맞는 인테리어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따라서 수리보다는  철거가 원상회복의 주된 방법이 됩니다.

임차인 원상회복의무를 이행한 상가의 사진.
<원상회복된 상가의 모습>

그런데 일부 시설이나 인테리어를 다음 임차인이 이어받아 사용하기도 하며, 계약에서 원상회복의 범위를 제대로 정해 놓지 않으면 ‘전 임차인이 한 시설까지 철거해야 하는지’를 놓고 분쟁이 생깁니다. 철거공사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2) 전 임차인이 만든 시설을 인도 받은 경우

  • 전 임차인이 했던 시설을 소유자가 새로운 임차인에게 그대로 임차한 경우: 전 임차인과 후 임차인 사이에 권리금 계약 등 아무 관계가 없는 경우라면, 새로운 임차인은 자기가 인도 받았을 때의 ‘원래 상태’로만 반환하면 되고 그 전의 임차인이 설치한 시설까지 원상회복할 의무는 없습니다.(대법원 1990. 10. 30. 선고 90다카12035 판결)
  • 영업양도의 경우: 최초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어 점포에 프랜차이즈 커피숍 인테리어가 되고 나서 영업양도를 통해 임차인 지위가 여러 번 양도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마지막 임차인에게 원상회복의무가 있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19. 8. 30. 선고 2017다268142 판결)

    영업양도계약의 내용상 임차인의 지위가 포괄적으로 승계되었으므로 최초 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도 그대로 승계되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상회복의무의 내용과 범위는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영업양도라고 해서 무조건 임차인의 원상회복의부가 승계된다는 결론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 권리금을 주고 양수한 시설의 경우:  ‘임차인이 전임차인으로부터 시설 및 비품 일체를 인수하는 대가로 권리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는 임차인이 전 임차인으로부터 인수한 시설 및 비품 일체에 대한 철거의무까지 인수하였다’는 하급심 판례들이 다수 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0. 25. 선고 2018가단5130452 판결 등) 하지만 이 또한 계약의 내용과임대 당시의 상태, 임차인이 변경한 내용 등을 고려해서 나온 결론이며, 권리금을 줬다고 해서 무조건 철거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3. 주택 임대차의 원상회복의무: ‘낡음’인가  ‘훼손’인가?

(1) 주택의 원상회복 방법

아파트와 같은 주택임대차의 경우 벽지, 마루 등 인테리어가 있는 상태에서 임대차가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임차인 원상회복의무는 목적물을 그대로 반환하는 것입니다.(철거를 하면 큰일납니다) 그런데 생활하다 보면 인테리어에 닳고 손상되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으므로 ‘훼손’ 문제를 두고 분쟁이 생깁니다.

(2) 정상적인 사용에 따른 가치하락

임대차 계약에 있어서 임대차목적물이 일부 훼손되었다 하더라도 통상 임차인이 임대차기간 중 목적물을 사용함으로써 임대차 목적물이 마모되어 생기는 가치훼손 부분에 대한 경제적 평가는 이미 차임 등에 반영된 것이므로 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는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임대차목적물을 인도받을 당시 현황 그대로 회복하여야 한다는 의미로 볼 수 없고, 가치의 훼손이 자연적 마모 또는 감가상각의 정도를 초과한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임차인은 원상회복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이 법원의 확고한 판례입니다.

(3) 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와 도배 문제

임대차가 끝나면 새로 도배를 하는 것까지도 임차인 원상회복의무에 포함되느냐를 두고 다툼이 많이 생깁니다. 위의 판례와 같이 단순히 시간이 흘러 벽지가 낡은 것은  ‘감모’이지 ‘훼손’이 아닙니다.(청주지방법원 2018. 9. 12. 선고 2018나856 판결 등) 하지만 도배한지 얼마 안된 실크벽지에 애들이 낙서를 했다면 훼손에 해당됩니다.(인천지방법원 2023. 11. 22. 선고 2023나53563)

마루나 씽크대 등 다른 부분도  집에 사람이 살다 보면 생길 수 있는 ‘낡음’인지  ‘훼손’인지 판단하는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로 많은 분쟁이 생기고 있습니다.


4. 임차인이 원상회복을 거부하는 경우 생기는 분쟁들

(1) 원상회복의무 위반과 손해배상

  • 임차인이 원상회복을 하지 않으면 임대인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손해액은 원상회복 비용임대인 스스로 원상회복을 할 수 있었던 기간까지 임대료 상당액이 됩니다.
  • 임대차보증금은 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를 담보하므로, 임대인은 손해를 공제하고 보증금을 반환할 수 있습니다.

(2) 임차인의 동시이행항변권 행사: 목적물 인도 거부

  •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의무와 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를 포함한 목적물 반환의무는 동시이행 관계입니다. 따라서 임차인이 원상회복의무위반 사실이나 그 손해액을 인정하지 않으면 ‘일부 변제는 무효’라며 보증금을 전부 반환받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로 목적물 반환을 거부하고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임차인이 순수하게 동시이행항변권만 행사하기 위해 짐을 다 빼놓고 건물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실질적 이득’이 없고,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부당이득을 청구할 수도 없습니다. 불법점유도 아니므로 차임 상당의 손해배상이나 부당이득을 청구하지도 못합니다.
  •  임차인이 사소한 원상회복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임대인은 보증금 전액의 반환을 거부할 수는 없습니다.(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다34697 판결 – 임차인이 32만 원짜리 전기시설 수리를 하지 않았다고 임대인이 보증금 1억2500만 원의 반환을 거부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사례) 마찬가지로 임차인도 임대인이 보증금에서 수리비 32만원을 빼고 준다는 이유로 건물 인도를 거부하다가는 패소하게 됩니다.

결국 합리적 이유 없이 원상회복의무 위반으로 싸우면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힘들어지므로 서로 존중하며 원만히 합의하는게 바람직합니다.


5. 분쟁 예방을 위한 임대차 계약서 작성 방법

  • ‘원래 상태’가 어떤 상태인지는 당사자들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의 내용은 당사자들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으며, 사전에 계약만 분명히 해도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루뭉술한 계약서가 작성되는 경우가 많은데, 어려워 보이는 표현이 들어갔다고 해서 심오한 의미가 있는 게 아니며(오히려 법적 의미도 없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당사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은 계약서에 들어가면 안됩니다. 계약서는 서로 원하는 내용을 정확히 밝혀서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합니다.
  • 만약 내용이 불분명한 임대차 계약서가 작성되어 분쟁이 발생할 것이 우려된다면, 사전에 상대방과 협의하여 계약서를 수정하거나 제소전 화해를 신청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 위에서 말씀드린 ‘비용상환청구권’ 또한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임차인이 비용상환청구권을 포기하는 대신 원상회복의무도 면제하는 약정으로 다툼을 방지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비용상환청구권을 포기하는 약정이 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도 면제된다고 해석되지는 않으므로 계약서 문구를 정확하게 작성해야 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대법원 2002. 12. 6. 선고 2002다42278 판결)

임대차 분쟁은 큰 이익을 보려는 것도 아닌데(승소해도 철거비용, 수리비용을 받는 것에 불과하므로) 당사자들의 감정대립이 매우 심하고 서로 막대한 손해를 입혀가며 다투다가, 결국엔 나중에 조정이나 화해를 통해 분쟁을 끝내고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따라서 임대차 분쟁은 우선 법무사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정리한 소장이나 답변서를 제출하고 조정에 대비하면서 경제적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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