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승인, 상속포기를 준비하면서 장례비는 부의금에서 사용된 것으로 해야 할지 아니면 상속재산에서 나간걸로 해야 할지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여기서 민법 조문과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1. 장례비는 상속비용이며, 상속비용은 상속재산으로 충당합니다
• 민법 제998조의2에는 “상속비용은 상속재산 중에서 지급한다.”고 정해져 있습니다.
• 그리고 대법원은 장례식비, 묘지구입비 등 장례비용은 상속비용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사회적 지위와 그 지역의 풍속 등에 비추어 합리적인 금액 범위 내” 과도하게 지출된 경우 상속비용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7. 4. 25. 선고 97다3996 판결,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다30968 판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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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얼마까지가 합리적인 금액인지’가 궁금하실 겁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답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실제 장례비보다 적더라도 300만 원 정도로 처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참고로 상속세를 납부할때 장례비는 지출증빙이 없어도 최소 500만 원, 지출증빙이 있으면 최대 1000만 원까지 공제되고 봉안시설 또는 자연장지의 사용에 소요된 금액은 500만 원까지 추가로 공제됩니다.(상속세및증여세법 시행령 제9조 제2항) 하지만 이는 세법상의 기준일 뿐이며 민사사건에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2. 장례비 영수증의 중요성
장례비 한도를 따지기 전에 실제 지출된 장례비를 입증할 수 있는 영수증을 반드시 잘 보관해야 합니다.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 심판문을 받았다고 모든 절차가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 단순 승인 문제: 상속인은 상속 개시를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데(민법 제1019조), 그 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하는 행위를 하면 단순 승인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이 때 상속재산을 장례비용으로 지출한 것이라면 단순승인이 되지 않으며 이 사실을 증명할 영수증이 없다면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 한정승인 시 장례비 공제: 한정승인을 하면 상속받은 재산 한도 내에서 상속 채권자들에게 변제하는 청산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이때 장례비 등 상속비용을 뺀 금액만큼 변제하게 되므로, 이를 증명할 장례비 영수증을 철저히 챙겨두어야 합니다.
3. 장례비는 부의금에서 먼저 지출해야 할까?
• 현실적인 결론만 말씀드리면, 장례비용은 부의금으로 먼저 충당하고 모자라는 만큼 상속재산에서 지출하는게 안전합니다.
•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대법원 판례는 없습니다.
사람은 생존한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며(민법 제3조), 상속재산은 상속개시시 피상속인의 재산입니다.(민법 제1005조) 따라서 사망 후 조문객들이 유족들에게 준 부의금은 상속재산이 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민법 제998조의2에는 “상속비용은 상속재산 중에서 지급한다.”고 정해져 있습니다. 따라서 논리적으로는 장례비용은 상속비용이므로 상속재산에서 지출하는 것이 맞고, 상속재산이 아닌 부의금을 먼저 사용할 의무는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장례비용에 쓰고 남은 부의금은 상속분에 응하여 권리를 취득하는 것으로 봄이 우리의 윤리감정이나 경험칙에 합치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습니다.(대법원 1966.9.20.선고 65다2319 판결, 대법원 1992. 8. 18. 선고 92다2998 판결)
위의 판례는 상속 승인, 포기가 아니라 남은 부의금을 공동상속인들이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판단이며, 대법원은 부의금은 상속재산이 아니므로 ‘상속분대로 나누라’고 하지 않고 상속분에 “응하여” 나누는게 “우리의 윤리감정이나 경험칙에 합치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장례비용은 우선 부의금으로 충당하고 모자랄 때 상속재산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한편, 서울가정법원 2010. 11. 2.자 2008느합86,87 심판을 인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도 공동상속인 사이의 장례비 분담 문제이며 ‘부의금은 조문객들이 장례비로 쓰라는 조건으로 증여한 것’이라는 표현도 나오는데, 이는 대법원 판례의 “윤리감정이나 경험칙”을 다르게 표현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한정승인 청산과 관련된 하급심 판례들은 장례비용은 상속에 관한 비용이어서 상속재산 중에서 지급할 수 있고 부의금으로 먼저 충당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기도 합니다.(수원지방법원 2024. 11. 28. 선고 2024가단589553)
반면 상속재산 파산사건에서는 장례비용은 부의금으로 먼저 충당해야 한다는 식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이 문제에 관한 분명한 대법원 판례는 없는 상황에서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부의금을 먼저 장례비용에 쓰고 모자랄 때 상속재산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상속 관련 절차는 복잡하고 민감한 부분이 많으므로,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전문가와 상담하여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